[일상] 소설 '포피'




포피

[강희진 장편소설/나무옆의자]


마전 도서관 신착도서 코너에서 빌린 책. 표지 그림이 아름다워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냥 덥썩 빌려왔다. 가끔 이런 식으로 책을 고르곤 한다.


주인공은 20대 중반 정도의 한 젊은 여성 탈북자다. 대학원생이지만 탈북자라는 신분 때문에 취업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해 키스방에서 일을 한다. 소설은 키스방에서 일하는 이 탈북 여성 '포피(주인공이 사용하는 닉네임)'가 자신을 찾아온 한 소설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포피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안타까운 탈북자들의 현실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적나라한 성적 묘사까지도 서슴치 않으면서 말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 그리고 '성(性)'에 대한 인산의 본성과 마주하게 된다. 구어체의 형식 때문인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간만에 만난 인상적인 작품.


요즘 티비 예능에 탈북 여성들이 나오는 프로가 있길래 가끔 본 적이 있다. 그런 프로에 출연하는 탈북 여성들이 외모도 예쁘고 말도 재미있게 잘 해서인지 별로 고생도 하지 않고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사실은 먹고살만 했던 거 아닐까, 하고. 하지만 사실은 산전수전 다 겪으며 독하게 버텼을 거다. 그리고 티비에 나오시는 분들은 그나마 잘풀린 경우일듯. 실제로는 힘들게 살고 있는 새터민들이 훨씬 많을거다. 탈북자가 아닌 보통 한국 사람들도 살기가 참 팍팍하다고 느끼는 때가 하루에도 몇번씩 있으니 탈북자들은 오죽할까. 


소설 속 포피가 만났던 한 체육학과 대학 선배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했던 이야기가 가슴에 남는다. 


"풍요의 땅이라는 남조선 서울이, 그 아름다운 서울이 내 눈엔 왜 늘 사막으로, 항상 모래 먼지 휘날리는 중국의 사막보다 더 건조한 땅으로 보이는지..."



201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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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레몬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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