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위화(余华)의 단편집, "4월 3일 사건(四月三日事件)"





얼마전 도서관에 갔다가 빌린 책이다.


중국의 소설가 위화(余华)의 작품들을 읽어보겠단 생각에 이것저것 고르다가


제목이 왠지 끌려서 덥석 집어온 책.


(원래는 허삼관매혈기를 빌려볼 생각이었으나, 대출중이어서 빌리지 못함)


총 4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으로, "4월 3일 사건", "여름 태풍", "어느 지주의 죽음", "조상" 이렇게 네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 작품인 "4월 3일 사건".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이 무언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불안해하는 주인공 '그' 에 대한 이야기이다.


읽는 내내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뚜렷한 줄거리조차 없는 것 같다.


작가가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추상적이고 몽환적이다.


주인공의 상상과 현실이 구분 없이 마구 등장해 무엇이 상상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참 특이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뒷부분 옮긴이의 말을 읽어 보니 조금 이해가 된다. 


프란츠 카프카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익숙하지 않은 작법이라 조금 낯설었지만, 집중하면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너무 집중했더니 나도 모르게 주인공의 정서에 동화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정도로 작가 위화의 심리 묘사는 정말 뛰어난 듯 하다.





두 번째 작품 "여름 태풍" - 곧 다가올 재해에 맞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일정한 서사적 흐름 없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툭, 툭 튀어나와서 조금 정신이 없었다.




세 번째 작품 "어느 지주의 죽음" - 중일전쟁 시기 한 시골 지주와 그의 아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


일본군의 횡포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에 나도 모르게 눈이 찌푸려졌다. 




세 번째 작품 "조상" -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는, 우리의 조상일지도 모르는 검은털 괴물에 대한 이야기. 


머나먼 원시적 존재(검은 괴물)에 대한 애틋함과 두려움을 아이의 시선으로 묘사한 작품이라고 한다.





마지막 옮긴이의 글을 보니 "이번 중편 작품들이 위화는 낮설었다"고 한다.


난 어찌하다보니 위화라는 작가를 이 작품으로 처음 접하게 된 셈인데


"뭐가 이렇게 정신이 없지?" 하면서 읽어 내려갔지만 다 읽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먹먹하다.


이 작품을 읽고 위화라는 작가에 대해 더욱 관심이 생겼다!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201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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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레몬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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